
바이에른 뮌헨이 또 다시 역사를 쓰고 있다. 분데스리가 2연패 확정, DFB-포칼 결승 진출,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안착. 유럽 최초 세 번째 ‘트레블’의 문턱에서 콤파니호(號)는 거침없이 질주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화려한 항해의 한가운데서, 누구보다 기쁘게 트로피를 들어올려야 할 한 명이 조용히 그림자 속을 걷고 있다. 김민재. 그의 2025-26 시즌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기묘한 질문을 던진다. ‘이걸 성공이라 불러도 될까?’
한 시즌 전까지만 해도 김민재는 바이에른의 중심이었다. 2023년 나폴리에서 세리에A를 지배한 뒤 5,000만 유로의 이적료와 분데스리가 수비수 최고 연봉을 안고 뮌헨에 입성했다. 첫 시즌과 두 번째 시즌 모두 팀 수비의 핵을 맡았고, 2번째 시즌에는 팀이 승점 72 → 82, 실점 45 → 32로 급격히 개선되며 리그 우승을 탈환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그런데 2025년 여름, 모든 것이 조용히 바뀌기 시작했다.
보드진은 요나탄 타(Jonathan Tah)를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데려왔다. 공식적으로는 ‘뎁스 강화’였지만, 축구계는 알고 있었다. 이건 대체자 영입이다. 이적 시장 내내 크리스티안 폴크, 파브리지오 로마노 같은 유력 기자들은 김민재의 이적설을 연일 쏟아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우디 프로리그까지 행선지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김민재는 떠나지 않았다. 바이에른이 보장한 고연봉을 낮출 의사가 없었고, 사우디 측 제안은 선수 본인의 ‘유럽 잔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결국 타는 에릭 다이어의 자리를 메우는 식으로 정리됐고, 김민재는 뮌헨에 남았다. 단, 주전 카드가 아닌 옵션 카드로.
시즌이 시작된 뒤 상황은 우려 그대로 흘러갔다. 빈센트 콤파니 감독이 선호하는 주전 센터백 듀오는 우파메카노-타 조합으로 굳어졌다. 김민재의 자리는 ‘3옵션’, 즉 컵 대회나 로테이션, 부상 공백을 메우는 카드로 축소됐다. 4월 23일 DFB-포칼 준결승 레버쿠젠전이 상징적이다. 뮌헨은 2-0으로 결승에 진출했지만, 김민재는 후반 39분에 교체 투입됐다. 수비 강화 차원의 ‘마무리 투입’이었다. 그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하프라인 부근으로 스루패스를 찔러 루이스 디아스의 쐐기골을 도왔다. 기회는 짧았고, 존재감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물론 선발 출전 기회도 있다. 3월 22일 우니온 베를린과의 리그 27라운드에서 김민재는 선발로 나서 71분을 소화하며 팀의 4-0 완승에 기여했다. 패스 성공률 93%(53/57), 공 터치 65회, 걷어내기 4회, 공중 경합 3회 성공. 독일 매체 〈스포르트1〉은 “수비력이 탄탄했고 패스까지 안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민재의 폼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왜 벤치인가.
답은 복합적이다. 첫째, 지난 시즌 후반기의 혹사와 아킬레스 부상이 남긴 잔상이다. 김민재는 수비진이 줄부상에 시달리던 2024-25 시즌 내내 로테이션 없이 풀가동됐고, 본인도 아킬레스 통증을 안고 경기에 나서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드진의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둘째, 요나탄 타의 영입 자체가 ‘믿을 수 있는 주전 듀오’ 재구성을 목표로 했다는 점이다. 우파메카노-타의 상보적 조합(스피드+제공권, 빌드업+커버)은 콤파니 전술의 핵심이 됐고, 김민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구조적으로 좁다. 셋째, 고연봉 대비 활용도 논란이다. 분데스리가 최고 연봉 수비수가 3옵션에 머무는 상황은, 아무리 경기력이 준수해도 내부 정치적 긴장을 낳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김민재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는 여전히 프로페셔널이다. 주전이 아닐 때도 훈련장에서 최고 강도를 유지하고, 몇 분 뛸 때마다 기록을 남긴다. ‘철강왕’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그리고 바이에른의 트레블이 현실화된다면, 김민재는 한국 선수로는 박지성 이후 두 번째로 유럽 빅리그 3회 우승자가 되며 동시에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자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된다. 리그 우승은 이미 확정됐다. DFB-포칼 결승은 5월 24일 베를린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치러진다. 챔스 준결승도 눈앞이다.
팬으로서 복잡한 감정이 드는 건 사실이다. 한국 수비수가 유럽 최고 수준 팀의 주전에서 밀린다는 사실은 아쉽다. 그러나 냉정히 보면, 김민재는 여전히 세계 톱클래스 팀의 1군 스쿼드에서 분데스리가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을 뛰는 선수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경쟁에 밀렸다’는 말의 의미는, 다른 팀에서 ‘주전’이라는 말과 거의 동급이다. 그리고 6월 11일 개막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김민재가 맡을 역할은, 소속팀에서의 경쟁 구도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대한민국 수비의 중심은 바뀌지 않았다.
시즌 종료까지 남은 경기는 많지 않다. 바이에른이 트레블을 달성하든, 두 개의 트로피에 그치든, 김민재는 메달을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 트로피는 쌓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내 자리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은 2026년 여름 이적시장까지 그의 등 뒤를 따라다닐 것이다. 잔류할 것인가, 떠날 것인가. 유럽 잔류 의지를 다시 꺾을 만한 제안이 올 것인가. 혹은 바이에른이 그를 다시 중심으로 부르는 반전이 있을 것인가.
한국 축구 팬에게 김민재의 2025-26 시즌은 ‘성공의 외형’과 ‘자리의 상실’이 동시에 존재하는 기묘한 풍경이다. 우리는 그 풍경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다음 장면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축구는 언제나 예측을 뒤집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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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by 축구부 · 2026년 4월